(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올 것이 왔구나’ 싶었죠. ‘좋아하면 울리는’이 IT 쪽 얘기다 보니까 넷플릭스만큼 잘 맞는 플랫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워낙 거대한 회사라 과연 제안이 올까 싶었지만, 실제로 드라마화 제의가 오니 기뻤어요.”

‘언플러그드 보이’ ‘오디션’ 등으로 1990년대를 풍자한 만화가 천계영(49) 작가는 자신의 인기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을 드라마로 만들자는 넷플릭스 측 제안을 받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 만화는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만드는 첫 오리지널 드라마로 선택한 작품이다.

원작과 드라마는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좋알람’ 애플리케이션(앱)이 상용화한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10일 종로구 을지로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만난 천 작가는 드라마가 ‘기계는 결국 사람의 진심을 알지 못한다’ 같은 주제로 흐르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원작이 아직 완결이 안 나서 주제가 어느 쪽으로도 다 갈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전 기술에 호의가 있는 사람이고, 웹툰도 그런 흥미를 갖고 시작했어요. 기술에 대해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했죠. 제작 과정에 관여한 건 아니었지만 그 부분만큼은 따로 제작진에 리포트를 써서 부탁드렸습니다.”

원작자인 그는 영상으로 옮겨진 ‘좋아하면 울리는’에 대해 “이보다 더 좋게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게 봤다. 아껴 보느라 아직 시즌1도 채 다 못 봤다”며 웃었다. 원작에 없던 혜영(정가람 분)이 담배 피우는 장면 또한 “드라마에서 아이들이 새롭게 태어났구나”라는 느낌으로 호의적으로 봤다고 털어놨다.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 KyeYoungChon 제공]

천 작가가 ‘좋알람’ 앱을 상상하게 된 계기는 절대 깨지지 않는 삼각관계에 관한 로맨틱 코미디 만화를 구상하면서다. 처음엔 휴대전화 사용 패턴을 분석해 좋아하는 사람을 알려주는 앱이 먼저 떠올랐지만, 등장인물들이 밖을 돌아다니며 서로 부딪히게 만들기 위해 ‘거리’에 대한 개념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반경 10m’ 룰 등 ‘좋알람’만의 규칙이 탄생했다.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원작에선 이 앱 하나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설득력 있게 그려져 흡사 SF 장르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좋알람’이 있으면 현실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을 브레인스토밍으로 많이 써놨어요. 부인이 ‘좋알람’ 앱을 켜서 굴에 갇힌 남편을 구하는 이야기도 상상해봤죠.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너무 억지로 만든 것 같지 않은 것들 위주로 골라 썼어요. 사실 ‘좋알람’만 있으면 전 스핀오프도 재밌을 것 같아요. 주인공이 굳이 조조, 선오, 혜영이 아니어도 재밌게 펼쳐질 게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면 울리는’을 많이들 좋아하시는 이유가, ‘이 앱이 실제로 있다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하는 상상의 여지를 주는 점인 것 같아요.”

원작에서 조조가 일반적인 순정만화 여주인공과 달리 솔직하지 못하고 다소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대해 천 작가는 “사람은 원래 이기적이고, 특히 사랑을 할 땐 누구나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조조가 그런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도 남은 연재분이 있고, (독자들이) 조조를 응원하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천계영 작가 [넷플릭스 제공]

천 작가가 ‘좋아하면 울리는’ 연재를 시작한 건 2014년이었지만, 만화는 그의 건강 문제로 2018년 3월부터 현재까지도 휴재 중이다. 불규칙한 생활과 과도한 작업량으로 손가락 연골이 닳아 퇴행성 관절염이 온 탓이다.

“정형외과에서 절망적으로 얘기했어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고 더 좋아지지 않는다고. 통증의 정도가 너무 심했어요. 종이로 살을 베는 그 느낌이 계속 느껴져 잠도 못 자고, 너무 아픈 나머지 우울하기도 했죠. 지금은 특별히 무리하지 않으면 통증은 괜찮아요. 오래 마우스를 쥐거나 고정된 자세로 너무 오래 있지 않으려고 해요.”

그의 작업실 책상 앞엔 의자 대신 하얀 짐볼이, 모니터 앞엔 펜 대신 거대한 마이크가 놓여있었다. 그는 이제 목소리로 만화를 만든다. 실행 취소를 하려면 예전엔 ‘Ctrl+Z’를 눌러야 했지만, 이젠 마이크에 입을 대고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렇게 지난 6개월간 조금씩 작업을 해나가 163화를 끝냈고, 현재는 164화를 만든다.

천 작가는 “5∼6편을 쌓아둬야 연재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언제쯤인지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건 작업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만화를 창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그의 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원치 않았을 방식으로 마주해야 할 현실이 됐다.

“그래도 전 만화는 계속할 것 같아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거든요. 그 이미지를 글로 표현하기엔 글에 대한 재능이 부족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도 그림에 대한 재능이 없어요. 글과 그림을 섞어서, 만화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보여주고 싶어요. 달을 멋있게 못 그려도 옆에 ‘달이 휘영청 떴다’라고 써놓으면 더 멋있게 완성되는 것처럼요. 제가 가진 재능은 그게 최선인 것 같아요.”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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